사회/시사

철인정치의 한계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익명 조회 487회 작성일 2021-06-19 09:23:33 댓글 0

본문

목차


1. 의도하지 않은 결과
2. 사회적 합의의 한계
3. 자연선택과 단기적 이익
4. 철인정치의 한계
5. 빌 게이츠의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리뷰(完)


우리가 언젠가 사회 역학을 완벽하게 조종하는 기술을 발명할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해봅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전능한 권력을 지닌 지도자 또는 소규모 과두정이 내부 갈등 없이 사회를 조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지도자를 사랑할테니, 그를 독재자라고 부르지 말고, 철인왕Philosopher-King이라고 부르기로 합시다. 아, 요즘은 성평등한 시대이니 철인왕은 철인여왕Philosopher-Queen도 포함한다고 칩시다.

제가 왜 뜬금없이 철인정치 운운하는지 의문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수십 년 이내에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상황에,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독재정, 과두정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철인정치라는 개념은 마냥 황당한 발상이 아닙니다. 지금도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이 독재정 또는 과두정 치하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사회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을 때, 민주주의 국가 시민들조차도 독재정이나 과두정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1930년대 대공황 시절, 주류 사회에 속한 많은 미국인들이 독재정 또는 “초의회(supercouncil)”나 “중역회(directorate)" 같은 과두정을 지지했습니다. 많은 미국인, 영국인들이 무솔리니와 히틀러를 칭찬했습니다.

제1차세계대전 시기 영국 총리를 지낸 로이드 조지(Lloyd George)는 히틀러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우리 영국에도 저렇게 훌륭한 사람이 있었더라면.”

우리의 가상의 철인왕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지만, 의도하지 않은 결과, 수많은 의지들의 투쟁, 공유지의 비극, 부하들의 저항, 기술적 요인, 장기적 결과에 신경쓰지 않고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대규모 조직들의 경쟁을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런 비현실적인 가정을 내렸어도, 여전히 근본적인 어려움이 남아있습니다.

“누가 철인왕을 고를 것인가?",  "어떻게 그에게 권력을 줄 것인가?” 대규모 사회들은 수많은 목표들과 가치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철인왕의 통치 방향이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목표와 가치, 심지어 엘리트 계층(지식인, 과학자, 상류층)의 목표와 가치와 일치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합니다.  누군가가 실제로 철인왕이 된다면, 그는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봐 전전긍긍하는 싱거운 양반이 되거나, 권력을 추구하는 전투적인 파벌을 이끄는 무자비한 지도자가 될 것입니다. 후자의 경우, 그는 히틀러처럼 오직 자신의 권력만을 추구하는 무책임한 사람이거나, 레닌 처럼 자신의 대의를 추종하는 광신자일 것입니다.

따라서, 철인정치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그 자신은 철인왕을 고를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철인왕이 나타난다면, 그가 상상하거나 기대했던 철인왕이 아닐 것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철인왕이 죽었을 때 어떻게 후계자를 결정햐냐는 것입니다. 각각의 철인왕은 자신과 동일한 목표와 가치를 갖고 있는 믿을만한 후계자를 지명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첫번째 철인왕은 사회를 이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고, 두번째 철인왕은 사회를 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고, 세번째 철인왕은 또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인 사회 발전은 일관적인 방향과 정책을 따르지 않고, 무작위로 떠돌게 될 것입니다.

역사 속의 절대군주정들을 살펴보면, 그럭저럭 유능하고 양심적인 군주를 확보하는 것 조차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유능하고, 양심적인 군주들은 무책임하고, 부패하고, 잔인하고, 무능한 군주들로 대체되었습니다. 유능하고 양심적일 뿐만 아니라, 전임자와 유사한 목표와 가치를 지닌 군주들을 오랜 시간에 걸쳐 이어가겠다? 이런 발상은 무시해도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가능할지 도저히 모르겠지만, 단 하나의, 안정된 영구적인 가치 체계를 따라 통치할 철인왕들을 오랜 기간 계승할 방법을 찾았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경우에는… 잠깐, 잠시 멈춰서 우리가 지금까지 세운 가정들을 확인해 봅시다.

• 우리는 우리의 전능한 철인왕이 복잡계의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Unintended Consequences)”를 해결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철인왕이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철인왕이 부하들의 저항을 해결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철인왕이 지도자의 선택지를 제한하는 기술적 요인들을 해결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철인왕이 자연선택을 통해 발생하는, 장기적 결과에는 신경쓰지 않고 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대규모 조직들(국가, 기업, 범죄조직, 이념집단, 종교집단 등)의 권력투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우리가 엥겔스가 말한 “수많은 의지들의 투쟁”을 극복하고 철인왕을 합리적으로 선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우리가 정한 철인왕에게 절대 권력을 줄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사회를 모종의 안정적이고 일관적이고 영구적인 가치 체계에 따라 통치해줄 유능하고 양심적인 철인왕들을 영원히 계승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그 사회의 가치관이 우리의 가치관과 조금이라도 일치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꿈을 꾸고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사회 발전을 충분히 유의미한 시간에 걸쳐 합리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할 수는 없지만, 합리적 통제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세운 일련의 가정들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므로, 사회 발전은 앞으로도 영원히 인간의 합리적 통제 너머에 있을 것이라고 결론내려야 합니다.

참고문헌


Plato, The Republic
William E. Leuchtenburg, Franklin D. Roosevelt and the New Deal, Harper Perennial, 2009.
Martin Gilbert, The European Powers, 1900-45, Phoenix, 2002. 그나마가 그나마인건 그나마라서죠.

과연 잘 만들어진 AI 철인왕이 위의 가정들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가능하다고 칩시다. 그래도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AI 철인왕이 어떤 가치를 따를지 누가 결정하는가?] [어떻게 AI 철인왕에게 절대 권력을 줄 것인가?]

그 외에도, AI 철인왕이 따를 만족스러운 가치체계를 설계하는게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가치체계를 정교하고 엄격하게 설계해서 AI 철인왕에게 유연하게 자율적 판단을 내릴 여지를 주지 않는... 더 보기
과연 잘 만들어진 AI 철인왕이 위의 가정들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가능하다고 칩시다. 그래도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AI 철인왕이 어떤 가치를 따를지 누가 결정하는가?] [어떻게 AI 철인왕에게 절대 권력을 줄 것인가?]

그 외에도, AI 철인왕이 따를 만족스러운 가치체계를 설계하는게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가치체계를 정교하고 엄격하게 설계해서 AI 철인왕에게 유연하게 자율적 판단을 내릴 여지를 주지 않는다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대단히 많아지리라는 것입니다. 이건 헌법을 조금이라도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고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가치체계를 애매하게 설계해서 AI 철인왕에게 자율적 판단의 여지를 주게 된다면, 그 가치체계는 더 이상 일관되고 안정된 가치체계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가치체계가 애매할 경우, 동일한 가치로부터 완전히 상반된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헌법재판소나 미국의 연방대법원에서 동일한 헌법조문을 두고 법관들마다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래의 사회가 AI 철인왕에 의해 합리적으로 통제되리라는 생각 역시 공상과학의 영역으로 일축해도 괜찮습니다.

저 가정에 그나마 가장 근접하는 건 잘 만들어진 AI 죠.

경제학에서는 철인왕과 비슷한 존재가 나오는데 이름이 [선의의 사회계획가(benevolent social planner)]라고 하더군요. 정책 평가할 때 씁니다. 만약에 그런 존재가 있었다면 a 결과가 도출되었을 텐데 우리가 현실적으로 B 방법을 쓴 결과 아무리 열심히 해도 b 라는 결과 밖에 나오지 않더라. 대체 우리는 얼마만큼이나 손해를 본 것인가.... 라고. 당연히 [선의의 사회계획가]는 없을 테니 최대한 b,c,d,e.... 방법 중에 a랑 비교해서 손해가 작은 방법을 골라보자..... 라는 게 경제학에서 자주 다루었던 논제였던 거 같습니다.

쟤 내보내

엄..마?
img


img

이건 페미를 지지합니다

언냐들 충성충성!

바코드 꼭 찍고다니길

조현 아리코스프레 그 이후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pongpong.xyz All rights reserved.